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많이 올랐다.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청년이라면 새 집 마련은 생각도 못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지난 26일 정부가 청년층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새 아파트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무주택 청년과 서민에게 공공분양 주택 50만 가구를 시세 70~80% 수준의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총 36만 가구, 비수도권에는 14만 가구를 공급한다. 특히, 이중 70%에
가까운 34만 가구가 20대 30대 청년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공공분양 청약제도개편
때문인데, 원래는 미혼 청년의 경우 특별공급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청년
부부나 자녀가 있는 가구가 대상이었는데 앞으로는 미혼 청년 특별공급이 신설된다. 19~39세 미혼 청년
중 월 소득이 약 419만원 이하이고, 순자산이 2억 6000만원 이하라면 누구나 그 대상이 된다. 부모와 같이 사는 청년도 공공분양 특별공급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공공분양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같은 공기업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의 지원을 받아서 공급하는 주택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로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의 지원을 받지 않고 건설하여 공급하는 경우는 민간분양에 해당한다.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은 주택 청약
절차는 같지만 세부적인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공공분양은 공공 분양은 당첨자를 가릴 때 ‘주택 청약 저축 납임 금액(한 달에 최대 10만원씩만 인정)’을 기준으로 삼고, 민간분양은 청약저축 납입 횟수,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을 따진 ‘청약 가점’이 기준이 되는 게 대표적 차이점이다.
나눔형 분양은 주택 시세 70% 이하의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하고, 조건이 좋은 전용 주택담보대출도
활용할 수 있는 공급 유형이다. 시세보다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자가
저렴하고 대출 한도도 높은 대출을 혜택으로 제공한다.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치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지 않아 많게는 5억원까지 빌려주고,
소득 수준별로 연 1.9~3.0%의 낮은 이자율을 40년간
적용해줄 것이라고 한다. LTV는 기존의 40~70%보다
높은 최대 80%로 완화해 주고, DSR 규제는 아예 면제하는
방식이다. 개인별 차이가 조금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산술적으로 ‘분양가의 20%’만 가지고 있어도 내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눔형’ 공급은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의무 거주 기간(5년) 이후 집을 되팔 때 시세 차익 30%를 반납해야 한다. 공공주택을 팔 때에는 당시 시세를 고려해 공공에 되팔아야 하는데, 만약 5억원에 분양받은 집의 가치가 5년 후 7억원이 됐다면 차익인 2억원 중
30%에 해당하는 6000만원을 공공에 반납하라는 것이다.
임대 형식으로 살다가 나중에 분양을 받는 ‘분양 전환형’ 공급 방식도 도입된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선택형 분양은 6년간 임대로 살아보고 분양을
받을지 말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임대로 입주할 때는 6년
후의 분양가를 추정해서 그 절반을 보증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월세로 계산(시세의 70~80%)해 부담한다. 공공분양이니
분양가는 시세보다 조금 싸지만, 분양받을지는 일단 6년 살아본
뒤에 결정하라는 것이다. 6년 사이 집값이 많이 오를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분양 가격은 입주 시
미리 알려준 ‘추정 분양가’와 6년 뒤 분양 시점 감정가의 중간값으로 정한다. 또 나눔형에 좋은
조건의 대출을 지원해주는 것처럼, 선택형에도 금융 혜택이 적용된다. 만약 6년을 살다가 분양받는 걸 포기하더라도 4년은 더 임대로 거주할 수
있다.
일반형은 기존의 공공분양과 같은 방식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주택 청약과 유사한 방식으로 당첨된 사람이 분양가를 내고 사는 것이다. 다만 전체 공급 물량의 20%에
‘추첨제’가 적용되어 청년층 당첨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래 공공분양은 추첨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주택 청약저축 납입금액의
순위를 따져서 당첨자를 가려서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했다. 앞으로는 무작위 추첨을 하는 물량이 꽤 생기니까 20대 당첨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일반형 분양가는 나눔형보다는
조금 비싸게 시세의 80%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형은 나눔형이나 선택형 공급에 적용되는 전용 주택담보대출 혜택을 활용할 수 없다. 대신 대출 한도는
조금 늘려줄 계획이라고 한다. 새로운 방식의 공공분양 주택은 당장 올해 말 실시되는 사전청약부터 적용된다.
50만 가구의 공공 분양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긴 하지만,
민간분양 청약제도에도 무작위 추첨하는 물량을 늘리겠다고 예고되었다. 특히 서울과 경기 일부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는 지역의 경우 기존에는 추첨제
물량이 없었던 60㎡ 이하, 60㎡ 초과~85㎡ 이하 주택에 추첨제를 적용하게 되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서 청년층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부양가족 수와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납입기간 등을 따져서 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당첨되는 ‘가점제’의 경우 청년층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년층을 배려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정부의
이번 정책은 40대와 50대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년층을 배려하다가 오히려 오랜 기간 무주택자로 지내 온 4050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혼 4050은 주택 청약에서 더 소외될 수 있다. 청약에서 자녀가 있는
부부에 밀리는 건 2030과 똑같은데, 20대와 30대만 참여할 수 있는 특별공급까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을 기준으로 40대와 50대
가운데 약 40%는 무주택자였다. 청년층에 혜택을 몰아주는
정책 방향 탓에 중장년층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한국
청소년·청년신문 대학생 기자단 양혜인]
- 본 기사의 내용은 한국 청소년·청년신문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기자단 개인의 입장일 수 있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