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일), 윤석열 대통령은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 매장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를 하였다. 그러나 오늘(4일) 연합뉴스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산업계는 그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되었다.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석유가 실제로 묻여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실제 이 지역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지난날의 이른바 '영일만 석유 소동'은, 군부독재정권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선전수단으로만 활용되어왔다.
1975년 12월 3일, 포항 일대의 한 시추공에서 석유가 뿜어져 나왔다. 근로자들은 깜짝 놀라 뿜어져 나오는 석유를 컵에 담기에 바빴다. 이들은 바로 컵을 손에 쥔 채 청와대로 달려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를 알리고, 일부 각료들은 맛까지 보았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박 대통령은 1976년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 석유가 발견되었음을 밝히고, 마침내 부국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였다. 모든 국민들은 감격하며 정권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이 '영일만 석유 소동'은 소리소문없이 잠잠해졌다. 근로자들이 가져온 석유 샘플을 조사해보니 정제되지 않은 자연 상대의 '원유'가 아니라 이미 정제가 끝마쳐진 경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석유가 나왔다는 곳 바로 옆에서 아무리 시추공을 뚫어 추가 원유를 탐색해봐도, 이번엔 기름 한 방울 나오지가 않았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경유를 들고 조작한 것"이라 추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밝힌 지역 역시 이미 오랜 시간 조사 끝에 석유 매장량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채산성이 맞지 않는 광구일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한 지역이다. 1976년 새해 벽두에 벌어진 '영일만 석유 발견 소동'이, 21세기 현대에 다시금 재발되진 않는지, 우려 섞인 눈으로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