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청년신문

인권감수성을 갖고 다시 보는 표현들

손준서 | 2021.10.15 14:41 | 조회 884
반팔, 알쓰, 맞을 짓을 했다...

모두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하는 표현들입니다. 기사의 제목을 보고 클릭해서 들어오신 분들도 대부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 단어들을 보자마자 "불편하다"는 느낌이 드셨다면 정말로 인권감수성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저 단어들은 모두 인권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잘못된 표현들입니다. 누구나 사용하고, 듣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은 표현인데 대체 어디가 불편한 것일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반팔
반팔은 비교적 인권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이미 차별적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밑단이 무릎과 가까운 짧은 바지를 '반바지'라고 부르지, '반다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밑단이 손목 위로 올라오는 짧은 소매의 티셔츠 역시 '반소매'라고 불러야 할 것 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반팔보다 반소매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고나 유전 등의 이유로 팔을 절단하거나 수술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왜 반팔이 차별적인 표현인지 금세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굳어진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소수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면 다같이 고쳐가야할 것 입니다.

2. 알쓰
알코올 쓰레기를 줄여서 부르는 말, 알쓰입니다. 술을 잘 못 마시거나, 마시면 금세 얼굴이 붉어지거나 취하는 등 술에 약한 사람을 부르거나, 그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표현입니다. 본인도 본인을 알쓰라고 하기도 하는 데 대체 이 표현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종교 등의 다른 이유를 제외했을 때, 보통 술을 잘 마시는 사람과 잘 못 마시는 사람은 신체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알코올 분해효소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는 유전으로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술을 자주 마시면 느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신체에서 일찍 효소를 만들어내서 조금 더 오래 취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술을 잘 마시고 못 마시고는 신체적 차이에서 기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코올 쓰레기라는 단어는 애초에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단지 분해 효소의 개수가 남들보다 적다는 이유로 '쓰레기'라고 불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런 것까지 불편하면 대체 어떤 단어를 쓸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불편하다면,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쓰레기라 불리는 게 싫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단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인권을 알고 존중하는 사람의 태도이지 않을까요?

3. 맞을 짓
맞을 짓. 보통은 엄마한테 혼날 만한 일을 저지르면서 '등짝 스매싱 각'이다, 라고 말합니다. 맞을 짓이라고 하면 대번에 어떤 사고를 칠지 감이 오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막상 맞을 짓이 무엇인지 정의해보라고 하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대체 맞을 짓이 어디 있을까요? 맞을 짓이라는 행동을 하면 정말로 때려도 되는 것일까요?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막상 우리는 맞을 짓이라는 단어를 정말 가볍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맞을 짓은 때리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매년 수많은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사망하고,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등 다양한 폭력 범죄가 심각하게 인지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소한 표현에서부터 폭력을 정당화하면 안 될 것입니다.

읽으시면서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저 역시 단어들을 수차례 곱씹어보면서도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었고,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권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누군가가 불편하다고, 듣기 싫다고 주장하는 작은 소리에 귀기울이고,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집중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보는 것이 인권감수성을 기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어는 사회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내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이 됩니다. 사소하고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단어라는 것을 인지하고 앞으로는 다른 단어들로 대체해서 쓰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인권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요?


[한국 청소년·청년신문 대학생 기자단 손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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