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의 허가 없이 동아리(써클) 조직 및 가입 금지", "불온 문서의 제작 및 게시 금지", "불온 단체 가입 금지 및 집회 참석 금지", "이성교제 제한"... 80년대 민주화 이전에나 등장할 법한 문구들이나, 2025년 현재 엄연히 각 중고교 교칙에 존재하는 내용들이다.
오늘(23일) 은평시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은평구 내 18개 중고교 교칙을 조사한 결과 과반 이상인 10개 중고교에서는 '불온 문서의 제작 및 게시 금지', 9개의 중고교에서는 '불법 집회 참여 및 불온 단체 가입 금지', 8개교에서는 '학교 허가 없이 동아리 조직 금지'의 교칙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이성교제 금지 및 화장, 염색, 파마 등 학생인권조례가 보장한 내용들에 대한 규제 조항을 버젓이 가지고 있었다.
(전국중고등학생진보동아리총연합회(현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2019년 기자회견 사진. 출처 촛불중고생시민연대 공식 사이트)
이는 은평구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1년 촛불중고생시민연대와 문장길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일요시사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내 22개 여자중고교 교칙에 '속옷은 하얀 색 ・ 민무늬로 입을 것' 등 속옷 관련 규정이 존재하였으며, 2019년 전국중고등학생진보동아리총연합회(현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중고생의 약 70%는 학생인권조례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았고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것으로 들어났으며, 조사 대상 학교의 대부분인 약 150여개 학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들어났다.
이렇듯, 학생인권조례가 초기에 도입되었으며 가장 학생인권 실태가 존중받는다고 평가받던 서울시조차 엽기적인 교칙 및 시대착오적・반민주적인 교칙이 잔존하는 학교가 다수 있으며, 실제 교육현장에서 학생인권 보장은 실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이미 학생인권이 충분히 지켜지고 있거나, 교권이 침해당한다는 빈약한 논거를 제시하며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기에 각계에서의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은평시민신문의 보도는 중고생 자주언론 '토끼풀'에 의해 보도된 내용을 재보도한 것으로서, 토끼풀 관계자들은 서울시교육청에 관련 내용을 토대로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소극적인 대응이 우려되는 답변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6년 전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적극적 민원제기에서도 소극적인 대응만 볼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으로 보여진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당시 서울시내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인권조례 준수 여부 대규모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50여개에 달하는 학생인권조례 위반 중고교와 구체적인 위반 실태를 밝혀내고, 직접 서울시교육청에 방문하여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까지 하였으나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학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에 6여년이란 시간이 지난 만큼, 교육청이 이번에는 태도를 바꾸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교문 안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이 들어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